공동 육아, 공동 육아 어린이집을 경험 후 하고픈 이야기
안녕하세요.
다락방 아재입니다.
오늘은 제 취미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닌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전 아이가 둘 있는 아빠입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리고 특히 둘째는 취학 전이라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그런 나이입니다. 이 나이 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보모라면 당연히 육아에 대한 고민도 많으실 겁니다. 저와 제 아내 또한 그렇고요. 특히 제 아내는 짬짬이 도서관에서 수시로 육아 관련책을 빌려 읽었는데 참 대단하고 고맙게 느낍니다.
아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나 이제 출산을 앞두고 있는 부모라면 육아 관련하여 마주 할 고민 중 하나는 우리 아이를 어느 어린이집에 보내지일 겁니다. 저희도 그랬거든요.
저희 집은 맞벌이가 아닌 외벌이를 합니다. 이건 저의 오랜 신념 또는 고집이라고나 할까요? 사실 엄마들 중 많은 분들이 일하러 가고 싶고 얼른 육아에서 탈출하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은데 제 뜻을 따라주는 아내가 참 고맙습니다. 아내가 여러 육아서를 보고는 아이를 최대한 늦게 어린이집에 보내겠다고 하였고 그 뜻에 저도 동의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만 3세 이후까지 돌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때쯤부터 아이의 어린이집을 어디로 보내야 할까 알아보고 또 고민했습니다.
사실 이 어린이집의 선택에 있어서 참 다양한 의견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운 부모라면 모두 각자의 의견과 정답이 있을 것입니다. 누구는 집 가까운 게 최고다, 누구는 어릴 때 미리 영어를 해야 한다, 누구는 그냥 노는 게 최고다 등등 너무나 다른 의견이 서로 정답이라고 주장하니 참 막막하고 어렵습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아이의 부모가 어떠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냐, 어떠한 자세로 아이를 키우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 생각합니다. 결국 부모의 뚜렷한 육아와 인생에 대한 가치관에 가장 맞는 게 그 사람에게는 정답일 것입니다. 물론 유아전문가가 생각하는 의견도 있고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으니 그 부분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은 기본이겠지요.
우리 부부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학교 가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뛰어놀고 하루하루 재미있게 보내주고 싶다.'
'아이들이 도심의 인공시설이 아닌 자연 속, 흙, 동물들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아이들을 최대한 자연 속에서 건강한 아이로 키우고 싶다.'
그리고 이런 우리의 생각, 가치관과 가장 맞는 곳은 어디일까 고민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집과 가까운 아파트 단지 내의 어린이집, 주위의 어린이집은 맞지 않아 마음속에서 일찌감치 지웠습니다.
집과 조금 멀리 떨어진 유명하다는 숲놀이 어린이집, 아이들이 자유롭게 논다는 대학교내 부설 어린이집 등등 몇 군데가 후보로 오르고 내리고 하던 중 아내가 발견한 곳이 집에서 좀 떨어진 공동육아 어린이집인 부산진구의 캥마쿵쿵 어린이집이었습니다.
아이들 등하원을 위해 출퇴근 시간에 매일 편도 20분 정도 운전을 해야 하는 거리에 있는 곳, 산과 가까이 있고 아이들이 매일 산으로 마을로 텃밭으로 나들이를 하며 뛰어놀게 하는 그런 곳이었습니다. 자연드림, 한살림에서 구매한 식재료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자연 속에서 뛰어놀게 한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실 여러 어린이집이 숲놀이를 하고 나들이 간다고 하지만 활동면에서 차이가 난다는 걸 이후에 알게 되었습니다. 이건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게요.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경험하면서 느낀 타 어린이집과의 차이점을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아마 공동육아 어린이집마다 상황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제가 여러 어린이집의 이야기를 듣고 또 직접 만나보고,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과 비교하며 느낀 공통적인 부분이라 봐주시면 되겠습니다.
1. 아이들의 야외활동
요즘 어린이집들 중 야외 활동을 하지 않는 어린이집은 없죠. 매일 같이 선생님 손잡고 동네를 도는 아이들을 아침에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게 다르다는 거지?' 하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보통의 어린이집의 경우 가까운 곳 위주로 다니고 그 시간과 활동도 좀 제한적인 면이 큽니다.
하지만 많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경우 좀 다릅니다. 우리 아이가 다닌 곳의 경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같이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산으로 올라가서 텃밭으로 가서 진흙놀이도 하고 풀벌레들, 여러 풀과 꽃들을 보고 만지고 하면서 놀거나 다른 장소에 가서 나무도 타고 흙 파고 아이들만의 놀이를 하면서 놀았습니다. 이때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지켜보고 너무 위험하다 싶은 건 제재를 하지만 최대한 개입하지 않고 아이들이 스스로 놀이를 만들고 참여하도록 해주었습니다. 때로는 텃밭을 가꿀 때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며
보통 점심 식사 전 오전 일과는 이렇게 야외 활동을 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낮잠 시간을 가진 후 원 내에서 오후 일과를 가졌습니다.
이런 진짜 야외활동을 매일 하다 보니 확실히 아이가 또래 여느 아이들보다 체력이 좋아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빠보다 더 많이 꽃, 나무, 곤충의 이름을 알고 나에게 알려주는 건 덤이겠지요.
2. 통합 보육
대부분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초등학교 진학 전 아이까지 함께 아이들을 맡고 있습니다. 이제 가도 첫돌이 지난 아기부터 초등학교 진학을 눈앞에 둔 아이들 까지 참 다양한 연령의 아이들이 함께 합니다. 그리고 통합 보육은 이런 여러 나이대의 아이들이 함께 활동하고 노는 걸 이야기합니다. 몇몇 부모들은 통합 보육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계시는 분들도 있는 거로 알고 있습니다. 원 내의 아이들이 반 구별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요. 매년 나이대로 나누고 거기에 맞게 담임이 배정이 됩니다. 매년 원아의 상황에 따라 반의 구성이 달라지기도 하였습니다. 반별로 나들이 길이 다를 때도 많고요. 만 2~3세 아이들이 만 5~6세 아이들을 따라갈 수 없는 노릇이죠. 하지 마 오후에 놀이를 할 때는 여러 연령대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고 놀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가장 큰 힘을 발휘하는 게 바로 아이들이 언니, 오빠, 누나, 형에게서 배운 걸 커서 다시 동생들에게도 한다는 점입니다. 바로 문화의 힘이겠지요. 아이들이 입소했을 때 윗 반의 언니, 오빠, 누나, 형들이 함께 놀이를 하고 이때 동생들과 어떻게 함께 지내는지를 직접 몸으로 배우면서 이걸 동생들과 함께 지내고 놀면서 알려주는 그런 문화가 자연스레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나이 어린아이들, 더 많은 아이들 모두 자기보다 나이가 많거나 적은 아이들과 어떻게 어울리고 함께 하는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샘이지요. 물론 때로는 나이차이로 인한 갈등도 있기도 했지만 이게 큰 문제가 되거나 오래가는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에는 장점이 있으면 단점 또한 있겠지만 전 이 통합보육은 아이들이 가지는 장점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3. 바른 먹거리
사실 아이들 먹거리는 너무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이고 많은 부모들이 신경을 쓰는 사항입니다. 요즘 많은 어린이집들이 아이들의 먹거리는 굉장히 신경 쓰고 거기에 대해서는 자부를 할 겁니다. 많은 공동육아 어린이집도 마찬가지인데요. 많은 곳에서 식재료를 일반 마트나 시장이 아닌 자연드림, 한살림 같은 곳에서 무농약 혹은 유기농식재료를 구입해서 사용하였으며 함께 먹는 여러 가공식품, 과자나 간식도 이런 곳에서 구입하고 아이들에게 먹입니다. 간식도 아이들에게 자극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단 음식은 최대한 배제하였고요. 이건 조합원으로 있는 부모의 영향도 있어서 이런 게 자리 잡지 않았나 싶습니다.
4. 우리 문화를 알리고 적목 하기 위한 노력
전 일반 어린이집에서 하는 행사 중 가장 마음에 안 드는 게 바로 핼러윈 행사입니다.
'그거 그냥 일 년에 한 번 아이들에게 재밌는 추억 만들어 줄 수 있잖아?'
'다른데도 이제 다 하는데?'
이렇게 생각을 할 수 있지만 전 참 마음이 가지 않더라고요. '왜 정체불명의 해외 명절을, 아니 미국의 짧은 역사를 가진 명절을 우리가 챙기지?'라는 생각이 항상 먼저 들었습니다. 더구나 요즘은 참 할 거도 많고 즐길 거도 많아서 다른 방법으로 좋은 추억을 가질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건 하루하루를 아이들이 재밌고 행복하게 보내는 거겠죠. 핼러윈이 아닌 경첩, 단오, 동지 등 요즘 어른들도 잘 모를 수 있는 그런 절기를 매달 아이와 부모에게 알려주고 그에 맞는 활동들을 하는 게 참 좋았습니다.
5. 독특한 평어 문화
평어 문화. 첨들어 보시죠? 거의 모든 공동육아 어린이 집에서 사용하는 독특한 문화 입니다. 바로 아이와 어른이 모두 낮춤말(공동육아에서 평어라고 표현 합니다.)을 사용합니다. 이게 처음에는 정말 이상하고 적응 안되고 왠지 아이들이 어른을 얒잡아 보는거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그것도 한순간일뿐 시간이 지나면 별거 아닌거 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오히려 어른과 아이가 격없이 소통하고 눈높이를 맞추는 그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그럼 그 아이들은 나중에 높임말을 못할까요? 아니요. 결국 아이들도 학교도 가고 여러 사람을 보고 듣고 만나면서 자연스레 높임말을 익혔습니다.
6.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주체인 부모 조합원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데 있어 저에게 고민을 안겨주는 건 다름 아닌 부모 활동이었습니다. 누가가의 개인 영리 목적으로 운영하는 일반 어린이집이 아닌 부모와 선생님 모두 조합원으로서 동등한 권리를 가지고 운영에 참여하는 공동육아 어린이집 특성상(몇몇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선생님은 조합원으로 가입 안 하는 곳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당연히 부모의 활동이 많고 공동육아라는 목적에 맞게 많은 만남과 활동이 있는 것이 저에게는 고민의 이유였습니다. 당시 저는 제 개인의 시간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남들과 하는 활동 보다 저 개인의 활동, 취미 생활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부분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비영리조합으로 운영이 됩니다. 일반어린이집처럼 개인사업자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을 합니다. 이는 곧 '부모인 나는 돈을 내고 그에 합당한 서비스를 받을 테니 당신이 잘 운영하고 우리 아이 잘 보살펴보시오.' 하는 의미와 같습니다. 하지만 비영리조합인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이와 다릅니다. 누구의 것이 아닌 조합원으로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선택한 부모와 선생님 모두가 주인인 조합원(어린이집에 따라서 부모만이 조합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으로써 운영에 참여합니다. 즉 나는 돈을 주고 서비스를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닌 직접 운영에 참여하고 많은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토의하고 참여해야 함을 뜻 합니다. 실제 많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월 1회 정도 운영회의를 하며 또한 각 방(일반 어린이집의 반) 별로 월 1회 정도 부모와 선생님이 함께 만나 아이들의 이야기와 교육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집니다.
또한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공동육아에 있어서 조합원 간의 많은 만남과 이를 통한 유대감 강화, 친목 도모는 공동육아와 운영에 있어 너무나 중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각종 행사, 비공식 모임 등 다양한 만남과 행사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은 저의 성향에 비추어 부담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조합 가입비용으로 들어가는 거치금, 타 어린이집보다 조금 더 비싼 보육료도 처음에 결정할 때 걸림돌이기도 했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힘들다? 배우는 게 없다?
그럼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아이들이 놀기만 하고 배우는 건 없는 그런 곳일까요?
비싼 돈 내고 아이들은 배우는 것 없고 부모는 고생만 하는 허울뿐인 그런 곳일까요?
이제는 맞벌이가 일상인 요즘 시간의 여유도 부족하고 여러 활동에 참여가 쉽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나 쉬기도 부족한데 생각하지도 않은 여러 활동과 회의, 만남, 어린이집 터전의 각종 수리 보수 등 실로 다양한 일로 나 개인의 시간이 부족해지기도 합니다. 매번 빠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임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여러 활동들, 아이들의 야외 활동과 놀이 위주의 생활이 얻는 것 없는 시간 보내기는 아니라는 게 저의 결론입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놀이는 단순한 시간 보내기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놀이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창의성을 키우고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지켜나가고 또 자신들의 작은 사회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활 속에서 익혀 나갔습니다. 실로 화려한고 비싼 장난간 없는 공간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으로 아이들이 놀이를 만들어서 하는 모습은 참 신기하고도 놀라웠습니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하는 순간이 오기도 했고요. 실제로 집에서도 아이들 둘이서 노는 모습을 보면 좋은 장난감 없이도 여러 도구를 이용하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노는 모습은 실로 대견했습니다. 한두 살 더 먹어갈수록 커지는 감기 등 잔병을 이겨내는 힘과 체력은 덤이고요.
이렇게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키우는 게 어릴 때 영어, 수학시키고 의대 준비하는 거보다 더 가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사실 학습에 대한 걱정과 조기 교육은 가장 먼저 부모의 우리 아이가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바심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닌가 합니다. 다행히 선배 조합원의 아이들을 보면 다들 학교 가서 배우는 것들에 대해 이미 아는 것들이라 재미없어가 아닌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을 재밌어하고 학교생활도 잘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건 아이들의 성향, 부모의 양육 방식 등 너무나 다양한 것들의 영향을 받으니 더 뭐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하게 자랐기에 이제는 제가 어떻게 해야 하냐 하는 저의 몫이겠지요. 바르게 자란 아이들이 이렇게 자랄 수 있도록 제가 흔들리지 않는 게 앞으로 중요한 게 아닌가 합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면서 아내가 한 약속은 어느새 제 역할이 되어 버렸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마냥 귀찮게 느껴지도 활동들. 하지만 연차가 쌓을수록 보이는 게 많아지고 어느새 내가 더 신경 써서 활동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이곳에서 여러 아이들의 아빠들과의 모임은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것처럼 재미있고 편안하게 느꼈습니다. 매년 여름에 가진 아이들과 아빠들만 함께 하는 아빠 캠프는 제가 너무 좋아하고 기다리는 행사가 되었습니다.(아이가 다닌 어린이집만의 행사였습니다.) 같이 이야기하고 의논하고 때론 술 한잔에 같이 웃으면서, 밖에서 선배들이 아이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하나씩 배워 나가게 되었습니다.
공동육아 어린이집 활동의 여러 활동은 비단 우리 아이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비영리 협동조합으로 운영이 되고 많은 활동은 어린이집 밖의 활동과 연계가 되었습니다. 가령 어느 곳은 초등학생 방과 후 보육과 연계를 하는 곳도 있고 그 외 여러 마을 활동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제가 있던 곳도 그렇게 여러 활동을 마을 활동과 연계를 하였습니다. 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이
'단절된 개인을 이어주고 마을 공동체를 다시 살리는 활동'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이어진 개인들의 그물과 그런 관계가 마을, 그보다 더 넓게 퍼진다면 아마도 우리 사회에 부족한 뭔가가 채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다른 어린이집 경력도 있는 선생님도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공동육아의 좋은 모습을 가지고 갔으면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물론 더 개인화되어 가고 맞벌이로 시간은 없고 그래서 더 큰 비용을 들이고 '나' 대신의 수고를 요구하는 요즘이기에 어려움도 있고 실제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많습니다. 하지만 같이 머리를 모으면 더 나은 방안과 방법이 나오고 시대에 맞게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거라 봅니다.
모든 아이들에게 맞을까?
사실 이건 정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고 느낀 바로는 분명히 이곳 활동에 '더 잘 맞는' 성향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가 넘쳐 하루종일 뛰어다니고 놀기 원하는 아이, 자기가 뭔가 직접 하는 걸 더 좋아하는 아이, 여러 사람과 빨리 친해지는 붙임성 좋은 아이가 그런 예겠네요. 반대로 굉장히 조심성이 많다거나, 자기의 고집이 약하거나 남의 의견을 잘 듣는 아이,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는 적응에 시간이 걸릴 거라 생각합니다.
실제로 저 첫 아이는 낯선 환경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조심성이 많고,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남의 의견도 함께 따르면서 자기 것을 이야기하는 아이였습니다. 더욱이 만 3세까지 계속 집에서 보육하다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가기 전 6개월 잠깐 일반어린이집을 간 걸 제외하고는 어린이집 경험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적응 굉장히 힘들어했습니다. 아마 한 1년 넘게 매일 같이 아침에 어린이집 입구에서 울었던 거 같아요. 마치 야생에 우리 아이를 던져놓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특히 또래의 고집 센 아이들과 놀면서 속상한 일이 많아 자주 울고 하는 모습을 보면서는 과연 지금 선택이 맞나라는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아이들 사이의 크고 작은 일로 갈등 아닌 불편함을 가지고 있을 때도 있었고요. 하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학교에 가도 비슷한 일을 겪을 거고 부모인 우리가 이 모든 것을 간섭하고 해결할 수 없는데 차라리 좀 일찍 경험하면서 자기 스스로 방법을 찾고 적응해 나가는 게 낳지 않을까? 아이의 내면의 힘을 믿고 가보는 게 맞지 않을까?'
실제 한 선생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더 단단해졌는지 그런 빈도도 줄어들고 너무나 바르고 건강한 아이로 성장했다는 점에 참 만족 합니다. 지금도 그때처럼 여린 모습이 있지만 자기주장도 할 줄 아는 그런 아이로 변하였습니다.
우리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누구나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마음의 힘을 믿고 아이 스스로 경험하고 헤쳐나가는 걸 보고 옆에서 응원하는 것 또한 하나의 방법이었습니다.
야외활동을 많이 하는 여건 상 아마 일반인들이 봤을 때 '저거 위험하지 않나?' '애들 다치겠다.' 하는 상황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런 이야기도 종종 들었고요. 하지만 아이들이 직접 경험하면서 무엇이 위험한지 어떻게 해야 다른 아이들이나 주위 사람에게 피해가 안 가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일반 어린이집 출신 선생님들께서는 "일반 어린이집이었으면 난리 났다."라는 이야기도 들은 적 있습니다.
잠깐 이야기를 옆으로 틀자면 제 취미는 참 다양합니다. 그중 정말 좋아하는 건 스노보드, 스케이트보드, 요즘은 딸아이와 함께 하는 어그레시브 인라인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흔히들 말하는 '위험'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점이 바로 그냥 위험이 아닌 '내가 선택가능하고 어느 정도 통제 가능한 위험'이라는 점입니다. 아이들 또한 어른들이 보는 일정 범위 안에서 통제 아래의 위험 속에서 놀이를 한다고 생각합니다. 표현이 좀 이상한데, 예를 들어 나무를 타고 올라가서 뛰어내리거나 나뭇가지를 휙휙 저어 걷거나 하는 것들이죠. 그런 통제 안에서 자유롭게 행동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무엇이 위험하고 하면 안 되는 건지 배워 나간다는 것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바로 '도전 정신'입니다. 강대국 미국을 있게 한 힘이 바로 개척정신, 이 도전 정신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속에서 수많은 기업들의 신화가 탄생했고 많은 성공 스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에 좀 부족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도전 정신이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만 위험해도 '애들 큰일 난다.' , '위험한 거 하지 마라.' 이런 이야기 듣기 십상입니다. 그것이 어떤 환경이든 말이죠. 저 또한 딸아이와 인라인을 타면서 아이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약간의 위험을 감수하는 것에서 바로 이 도전 정신이 출발하고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고 구르고 때로는 다치면서 아이들의 도전 정신도 커진다고 전 믿습니다. 그렇게 보면 산속에서 아이들이 그렇게 마음껏 놀 수 있게 해주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아이들의 도전 정신도 참 많이 키워 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안전은 참 중요하고 작은 실수가 큰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기에 이 부분에 대한 건 개인마다 생각의 차이가 나니 제 생각이 무조건 맞다고 할 수 없고, 이 또한 작은 개인의 의견이다 정도로만 생각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성장 한 사람은..?
돌아보면 아이가 어린이집 입소 전과 졸업 후 너무나 많이 바뀌고 크게 성장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많이 변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저 자신입니다.
너무나 평범한 한 아빠였던,
아이 육아나 교육 쪽은 엄마가 더 신경 써야 하고,
주말에는 나 할 일 더 해야 하고,
쉴 때는 소파에 누워 폰 만지고 TV 보고,
다른 아빠도 한다 하니 '의무적'으로 아이와 몇 시간 '놀아줘야'하고,
신경 많이 써야 하는 일 귀찮아하고,
잘 모르는 사람들과 함께 하기 불편하고,
모르는 아이가 함께 하면 어쩔 줄 모르고,
바른 아이는 높임말이 익숙해야 한다 생각하고,
아이에게 '하지 마라.'라고 먼저 말하고,
아이를 몇 시간 봐야 하는 상황이면 힘들어하고,
아이와 단 둘이 있으면 뭘 할지도 모르겠고,
우리 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저였기에.
약 4년의 시간 동안에
아이 육아에 대해 나도 진지하게 고민하고,
내 일 보다 다른 일도 신경 쓰고,
집에서 TV와 휴대폰은 되도록 멀리하고,
'꼬마 친구들'과 함께 하는 놀이를 즐기게 되고,
신경 써야 해도 조합의 일이면 같이 고민하고,
잘 몰라도 내가 먼저 말 걸고 적응을 도와주고,
모르는 아이라도 불편함 없이 말을 하고,
높임말은 단지 수단일 뿐이다 생각하고,
'하지 마라' 보다 '이렇게 하자', '같이 하자'라고 하고,
아이와 단 둘이 있어도 어렵지 않고,
우리 애만큼 다른 아이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좀 더 나아진 아빠, 아니 한 사람으로,
아이들과 좀 더 눈높이를 맞추게 되고 함께 이야기하고 함께 노는 그럼 사람으로 조금 더 변해 있었습니다.
쓰다 보니 너무 미화한 거 같네요.
근래 몇 년간 육아 관련 프로그램이 참 많습니다. 그렇지만 이 기간 동안 저도 모르게 가랑비에 옷 젓듯이 보고 배운 것들이 저에게는 무엇보다도 소중한 육아 지식이 되었고, 옆에서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낀 선배들이 저에게는 오은영 선생님보다 더 대단하고 뛰어난 육아 전문가였습니다. 육아 관련 강의를 듣게 되면 나도 모르게 '당연히 저래야지.' '어 우린 저렇게 하는데?' 하는 부분들도 생겼고요. 머리가 아닌 몸으로, 마음으로 육아에 대해 배우고 부모가 되는 법을 배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이 키우기에 있어서 오답은 있을지언정 정답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부모세대는 그들이 알고 있는 방법이 최고라 생각할 것이고 우리 또한 그렇겠지요. 하지만 여러 선택지 중에서 조금은 더 나은, 아니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우리 아이들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있다고 생각하고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그 선택지 중 하나라 믿습니다. 그리고 이 선택지는 우리 사회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줄거라 믿습니다.
요즘 많은 공동육아 어린이집들이 힘들어합니다. 특히 코로나 시절을 전 후로 문화의 맥이 끊기기도 하고 선배들이 졸업을 하면서 우왕좌왕하는 곳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알고 좀 더 찾아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밝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랍입니다.
사단법인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의 사이트입니다.
이곳에서 공동육아를 좀 더 알리기 위해 많은 고민과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좀 더 많은 자료와 활동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셨으면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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