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의 유아들이 스마트폰 사용 캠페인을 한다??
어린이집 보여주기식 캠페인 활동에 대한 나의 생각..
+ 아이들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기 위해선?
안녕하세요.
다락방 아재입니다.
얼마 전, 아니 한 달 전쯤, 첫째 아이의 하굣길 마중 나가면서 어떤 광경을 목격했는데요.
어린이집에서 어린 아이들이 나와서는 학교 정문 앞에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 캠페인"
"스마트폰 사용을 줄입시다~"
음.... 전 저 광경을 보면서 여러 생각이 교차하였습니다.
1. 저 캠페인 활동은 과연 어린이집 아이들을 위한 활동인가??
저의 첫째 아이는 지금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둘째는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습니다.
작년까지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다녔지만 이사 후 거리 문제로 집 근처의 가까운 어린이집(하지만 최대한 활동 내용과 통합보육등을 고려하여 선택)에 다니고 있습니다. 첫째 아이도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졸업하였고요.
과거 아이가 다녔던 어린이집의 활동은 오롯이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활동이 중심이었습니다. 부모에게 보여주기 위한 활동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에서 하는 참관수업, 발표회나 그 외 활동들 말이죠. 사실 언제든지 부모가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가서 볼 수 있으니 그런 활동이 필요하지도 않고 학부모 모두들도 아이를 위한 활동이 뭔지 인식하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저 모습을 봤을때 처음 든 생각은 과연 저 활동은 누구를 위한 활동인가입니다.
"과연 저건 누구를 위해서 하는 것일까?"
어린이집 아이들? 저 아이들이 지금 자기가 하는 게 뭔지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한참 더워지기 시작하는 12시 넘은 오후에 아이들이 재미가 있을까요?
제 생각은 "아니오."입니다.
그럼 하굣길에 저 캠페인을 보는 초등학생 아이들을 위한 건가?
솔직히 휴대폰 사용을 하는, 아니 많이 하는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저리 나와서 하는 캠페인을 보고
'아! 이제 휴대폰 사용 줄여야겠다.' 이런 생각을 할까요?
제 생각은 " 아니오."입니다.
그럼 누구를 위한 활동일까요??
대답은 그럼 하나가 나오겠네요.
활동 내역을 보고하고 실적을 올려야 하는 어린이집,
활동을 요구하는 관계기관,
저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웃음 지을 부모들.
아이들이 하교하며 나오는 10분 동안 구호 외치고 하는 모습을 봤는데...
참 씁쓸했습니다. 저 아이들이 아닌 어른을 위한 활동을 하고 인증 사진 찍는 모습이.
이게 대한민국의 어린아이들을 위한 교육 현실인가 싶고 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활동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의 활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저렇게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자고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자연스럽게 고개 푹 숙여 휴대폰을 보면서 하교하는 아이들은 있었습니다. 과연 유아들이 나와서 저렇게 활동을 하는 게 과연 아이들의 휴대폰 과사용 방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요?
100명 중 한 명의 아이의 행동이나 마음을 바꾸게 할 수 있을까요?
제가 경험적으로 느낀 게 하나 있는데요.
요즘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에게 일찍이 휴대폰을 사주거나 또는 부모의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게 해서 정말 어릴 적부터 휴대폰 또는 태블릿과 친합니다. 이게 없으면 무슨 놀이를 해야 할 지도 모를 정도고 밥 먹을때도 멍하니 태블릿을 바라보며 음식맛을 느끼고 먹기보다는 기계처럼 입을 움직이며 부모가 먹여주는 밥을 먹는 정도입니다. 이렇게 어릴적부터 생활이 되어있는데 갑작스레 "너 이제 사용시간 줄여. 언제는 쓰지 마." 이런 말이 통할 리가 없죠.
우리 아이들은 아직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초등학생인 첫째에는 아직 휴대폰을 사달라 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교를 다닌 이후로 왜 자기는 휴대폰 없냐고 물은 적은 있지만 잘 이야기했고 그 후로는 찾지 않습니다. 둘째 아이는 말할 필요가 없고요.
사실 저는 아이에게 디지털 미디어, 영상 같은 시각 매체의 접촉을 많이 제한했습니다. 아이가 밥투정하거나 잘 안먹으려할 때도 영상은 절대 보여주지 않았고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할때도 거의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아이가 커가니 이런 게 당연하게 느끼는지 그리 자주 찾지도 않고요. 몇 해 전부터 가끔 페파피그 같은 영어 만화를 보여주지만 시간은 딱 30분 정도 딱 정해서 보고 끄게 하고, 나중에는 자기들이 보다가 끄더군요.
이 과정이 절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러면서 중요한 키를 발견했는데요.
첫째, 아이들이 심심하다고 하는 건 결국 부모와 함께 할 시간을 원한다는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거나(읽어주거나), 함께 놀이할 거리를 하거나 아니면 밖에 잠시라도 나가거나 하는 그런 함께 하는 시간을 아이들은 원한다는 것입니다.
둘째, 만약 부모가 소파에 누워서 휴대폰 보고, 게임하면서 아이한테 다른 거 하고 놀아라, 너희는 보지 마라 하면 과연 아이들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대체 저기에 뭐가 있길래 나랑 안 놀고 엄마 아빠는 저거만 볼까?'
'엄마 아빠는 우리랑 안놀고 저거만 가지고 놀면서 왜 우리 보고는 하지 마라 할까?'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에게 과연 휴대폰, 태블릿 사용을 줄여라 라는 어른의 말이 어떻게 들릴까요?
그래서 전 아이들을 키우면서 휴대폰 보는 시간도 엄청 줄였습니다. 불필요하게 소파에 앉거나 누워서 유튜브 보고 폰 만지는 시간은 거의 없었습니다. 아 물론 필요에 의해 휴대폰으로 뭔가를 검색하거나 카톡연락을 확인하거나, 잠시 뉴스 검색을 하는 정도의 시간은 있었지만요. 신혼 때까지 항상 틀어놓고 있던 TV도 주말에 아이들 잘 때 영화 볼 때를 제외하고는 틀지도 않았고요.
처음 얼마간은 이걸 바꾸는 게 참 어렵던데 조금 지나니 적응되면서 나 자신도 생활이 바뀌더라고요. 그렇게 자연스레 휴대폰, 영상매체 사용 시간이 줄어드니 아이들의 생활 습관을 잡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모의 모습, 아이는 부모의 거울.
부모가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부모의 말이 힘이 실리겠지요.
아이들의 휴대폰 과사용이 걱정된다면 아이들에게 캠페인 활동을 해야하는 게 아니라 그 아이들이 바라보는 부모에게 하는게 더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마치 제가 엄청 잘하고 모범인 아빠처럼 썼지만... 실상은 어느 부모와 비슷한 점 말씀드립니다.※
아동 비 전문가인 두 아이의 아빠가 보고 느낀 점을 써봤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중요한 힌트가 되고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생각의 단편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육아] 공동 육아 그리고 공동 육아 어린이집 (0) | 2024.03.07 |
---|